2008년 06월 30일
BL? 캣 오 마리안느 (Cat'O Marian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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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고양이 한마리 분양받았다."
"뭐, 고양이? 왜 하필 고양인데? 너 개를 좋아하잖아."
"그게 하숙집 누나가 고양이 아니면 안 된다고 하더라고. 바로 얘야."
"오, 귀엽네. 근데 너 뭐 관리하는거 딱 질색이잖아."
"혼자 살다보니 외로워서. 이애라도 있으면 좀 나아질까 해서."
"...담배 한 대 펴라."
"얘 있잖아. 작으니까 더 해로울지도 몰라."
"그거 좋은 점도 있구만. 그런데, 암놈이야 숫놈이야?"
"음, 어……. 암놈."
"어, 왜?"
"이애라도 여자였으면 좋겠어서."
나도 울고 친구도 울고 고양이도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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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대략 이년 전 이야기였다.
할머니에게 들은 이야기인데, 고양이는 행운을 가져다준다고 누누이 이야기했다. 하지만 내가 워낙 뭔가를 기르거나 관리하는데 젬병인 데에다 정작 내가 좋아하는 것은 누린내 나는 개였기 때문에 언제나 흘려들었다. 그런데 그 이야기가 거짓은 아니었는지, 우리 마리안느를 들여놓고 나서 두 달인가 후에 드디어 대학생활 첫 애인이 생겨버린 것이었다.
정말 소위 말하는 킹카랄까. 외모 몸매 성격 한군데도 빠지던 것이 없던 그녀가 왜 나와 붙어있냐고 많은 사람들이 의문을 표했지만, 어쨋거나 나는 마냥 좋았다. 그녀는 식사보다 비싼 커피를 요구하지도 않았고 명품을 요구하지도 않았다. 정말이지 좋은 여자였다. 그래, 였다.
딱 일년 전, 그 일이 있기 전 까지는.
그러니까, 우리집 고양이가, 말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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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달콤한 데이트를 마치고 하숙집으로 돌아왔을 때였다. 일년 전 분양했을 때와 조금도 자라지 않은 우리 마리안느를 들고, 하숙집 누나가 도르르 달려오는 것이었다. 그리고 내게 이야기하기를,
"와와와, 얘, 봐. 얘, 말 해!"
뭐라구요? 뭐가 말을 해요? 손에 들린 건 우리 마리안느 밖에 없는데요. 왜 안 자라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맛난 거 많이 먹고 자라는 우리 마리안느잖아요.
"그러니까, 마리안느가 말을 해! 그것도 되게 잘해."
나는 누나에게 좋은 정신과 병원을 소개해줘야 하나 말아야 하나를 심각하게 고민했다. 평소 BL이니 뭐니 망측하게 남자들끼리 엉켜있는 포스터로 방을 도배해 놓는 것을 보고는 상태가 그리 좋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는데, 이제 봐서 보니 퍽 심각한 모양이다. 그런데 정신과 병원을 아는 데가 있어야지. 그거 나처럼 평범한 사람은 웬만해서는 알기 힘들잖아.
"완전히 동정하는 눈초리로구만. 그러니까 네가 사람이 못 되는 거야."
또랑또랑한 여자아이의 목소리. 순간 내 귀를 의심했다. 어, 누구야?
"보고 또 듣고도 못 믿는 건 조심스러운 게 아니라 그냥 멍청이다. 조금은 대담해져보는 게 어때, 주인님씨."
우와아! 고양이가 말을 했어! 그것도 내 고양이가! 나는 어떻게 했는지도 모르고 누나의 손에서 내 마리안느를 낚아챘다. 그리고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 새 내 방문을 걸어잠그고 고양이와 맞대면을 하고 있었다.
"너, 너 말이지. 정말 말을 하는거야?"
내가 고양이의 표정을 잘 모르겠지만, 그것 어이없다는 표정이었다.
"남자놈들이란, 새 여자 생기면 조강지처는 옷 벗어 던지듯이 내팽개쳐버린단 말야. 너 말이야, 그러면 안 되지."
"너, 말이지……"
"기가 막히다는 표정이네. 뭐, 그래. 처음에는 이름까지 지어주고 애지중지하더니, 여자 생기고 나서 바로 저 얼빵한 집주인 딸한테 덜렁 맡겨 버리고는. 맞아, 이름 되게 맘에 안 들어. 마리안느가 뭐야, 도데체 마리안느가. 이름을 뒷구멍으로 지은 것도 아니고 센스가 그것밖에 안 돼? 평생 마리안느라는 이름 달고 살아야 할 고양이 입장은 생각해 보는거야? 마리 앙뚜아네뜨 걔 이름이잖아! 왜 빵 없으면 과자라도 던져 줄까?"
고양이 똑똑해! 아니 그 문제가 아니라, 이녀석 굉장히 기분나뻐! 입도 더러워! 지금이라도 이름을 바꾸면 되잖아! 아니, 내가 바꿔줄께. 어떤 이름이 낫니. 줄리앙? 프랑소와? 에르네티?
"다 틀렸어! 게다가 줄리앙은 이미 여자 이름도 아니잖아. 하아. 그리고 말이지, 이름이란 그렇게 간단히 바꿀 수 있는게 아냐. 이름은 곧 삶을 결정짓고, 세상의 규정되는 힘이지. 그런걸 맘에 안 든다고 덜렁 바꿔버릴 수는 없는 거야. 뭐 딱히 니가 지어준 이름이라서 바꾸기 싫다는 건 아니니까 오해하지 마."
왠지 철학적인 말을 하고 있어! 하아, 분명히 말하지만 마리안느는 타 고양이와는 달리 내가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사근사근히 말 잘 듣고 싫어하는 사람에게는 날카로운 어여쁜 녀석이었다. 게다가 말도 잘 알아듣고, 눈치 봐가면서 장난치는 모습은 그야말로 귀여움의 극치였다. 물론 애인이 생긴 후로 소홀했던 건 인정하지만.
"그거야 주인한테 잘 보여야 얹혀사는 처지에 미움 안 받을 거 아냐. 고양이를 무시하지마. 모든 고양이는 그 정도는 해. 뭐 그렇게 노력했는데도 이제는 완전히 버려져버린 신세지만. 아, 내 신세야. 인생, 아니 묘생 몇년이나 살았다고 청상과부 신세람. 아, 신세라는 단어가 매울 신(辛)자에 세상 세(世)자 쓰는 건 알지? 그래도 글쓴다고 대학다니는 것 같더만."
몰랐어! 아니 그 문제가 아니라, 똑똑해! 아니 아까 한 말이고, 정말 기분나뻐. 그런데, 지금까지 비위 잘 맞추던 녀석이 말좀 한다고 이렇게 바로 본색을 드러내도 되는 거야?
"그야 니가 말 하는 고양이를, 게다가 양심에 찔리는 상황에서 내다버릴 위인은 못 되니까. 사실 이 때만 기다리고 있었지."
나를 너무 잘 알어! 아니 그 문제가 아니라, 그래. 침착하자. 이건 이 상황의 문제가 아니라, 내가 꿈을 꾸는 건 아니지. 흠, 그러니까 고양이가 믈알 한다는 시츄에이션이 잘못된 거다. 난 여기에 납득할만한 이유를 듣지 않으면 안 되겠어.
"듣지 않으면 어떻할건데? 어차피 버리지도 못 할 거 아냐. 사내가 그정도 배포가 없어서야 쫌팽이일 뿐이지. 어쩌다 이런 남자에 홀려가지고는, 하아. 알아듣게 설명해줄께. 사람도 잘 늙으면 말이지, 날씨를 맞추는 등 신통력을 얻게 된단 말이야. 그러니까 시간에는 힘이 있단 말이지. 살아있는 것이 시간을 견디다 보면 무엇인가를 깨닫게 되는 거라고."
아니, 할아버지가 날씨 맞추는 건 좀 틀리지 않나? 아니, 너 한살이잖아!
"사람도 보면 몇억명에 한 명 꼴로 천재가 나오기 마련이잖아? 고양이라고 안 나오란 법 없지."
아, 납득해 버렸다. 그런데 대놓고 자기더러 천재라니. 역시 기분 나뻐.
그 때였다. 내 핸드폰이 울린 것은. 액정에 뜬 [우리 자기♡] 를 보고 밝은 목소리로 막 인사를 하려는 때였다. 마린안느가 거치렉 튀어오르더니 내 손을 후려치는 게 아니겠는가. 폰을 떨어뜨리고 이게 무슨 짓이냐고 소리치려는데, 녀석은 핸드폰에 머리를 디밀고 있었다. 갑자기 오한히 들었다. 말릴 새도 없이 고양이는 말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오라, 니가 내 남자 채간 그 여자구나. 나는 이미 그이와 먼 장래를 약속한 사이야. 괜히 눈물 떨구고 싶지 않으면 중간에서 조용히 사라져 주지 않을래?"
안돼! 나는 급히 폰을 잡아챘다. 어 뭐라고 하지?
-저기, 누, 누구시죠?
"아니, 자기야. 우리 하숙집 누난데, 장난친거야. 하하, 장난이 좀 짓굳네. 아하하."
-장난? 그런 장난은……
마리안느는 이젠 틀렸어, 하는 표정으로 날 바라보며 고개를 젓고 있었다. 되게 약오르네! 아니,내가 어떻게 고양이 표정을 알아맞추고 있담.
"아하하, 누나가 좀 그래. 이해좀 해 주라, 응?"
-그래도 그건 아니지. 나 정말 화 나려고 하거든? 그 사람 전화좀 바꿔봐.
화났다. 큰일났다. 그녀는 한번 화나면 무서울 것이 없는 사람이었다.
"아하하, 저기 니가 좀 참으면……"
-그걸 말이라고 해! 빨리 바꿔. 나 장난할 기분 아니야.
"어, 저기……."
나는 간절히 마리안느를 바라보았다. 제발. 응? 한번만 봐 줘. 그 고양이 통조림 잔뜩 사 줄테니까. 마리안느는 어서 달라는 듯이 앞발을 들어 흔들었다. 나는 떨리는 손으로 폰을 그 앞에 내려놓았다. 마리안느가 말했다.
"이봐요. 나는 그이랑 이미 같이 살고 있는 사이에요. 더 이야기할 것 없고, 불장난은 여기까지만 해요."
아악! 나는 핸드폰을 다시 낚궈챘다.
"저기, 그러니까……"
-됐어. 난, 무슨말을 해야 할 지 모르겠다. 솔직히 말해, 그 여자 누구야?
저, 우리집 고양인데요.
-너, 너……. 이젠 끝이야!
뚝. 통화가 끊어졌다. 그리고 내 정신줄도 같이 동강나버린 것 같은 기분이다. 하얗게 불태웠어. 아. 그렇게 좌절하고 있다니, 고양이가 내 등을 툭툭 두드린다.
"바람 핀 건 고양이의 아량으로 너그러히 용서해줄께. 걱정 마, 내가 다 책임져 줄 테니까."
아니, 고양이한테 책임져지는 남자는 되지 싫걸랑요. 정말로.
---
그게 저번 일년 전 이야기었다. 뭐 그 후로 애인이랑은 파탄이 나고 나는 학부 내에서 완전 죽일놈이 되었다. 난 거기서 놀랄 것은 다 놀랐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닌 모양이었다. 그래서 오늘 하숙집에 돌아왔더니, 전과 같은 패턴으로 누나가 도르르 달려오더라. 이르고 달뜬 목소리로 말하기를,
"와와와, 얘 봐. 얘가, 글쎄. 마리안느야!"
나는 누나의 손을 잡고 있는 꼬마 여자애를 바라보았다. 무지하게 귀엽다! 탐스럽게 웨이브진 밤색 단발머리의 여자아이. 머리에는 고양이 귀 같은게 달려 있다. 악세사린가? 중학생 정도 되었을까? 큼직한 눈이 나이답지 않게 달관한 모양새다. 마치 굉장히 따분한 표정. 그러니까 마리안느가 평상시에 짓는 표정이다. 뭐? 밤색 고양이, 마리안느!
"으아아아!"
나는 마리안느의 손을 잡아채 날듯이 방으로 돌아와 문을 쾅 닫았다. 문을 단단히 걸어잠그고 나서, 나는 재쳐 물었다. 뭐가 어떻게 된 노릇이야, 이게? 그리고 보통 이럴 때는 남들에게 숨기는 게 보통 아니야?
"죄 지은 게 없는데 숨길 필요가 뭐 있어. 적어도 나는 떳떳하니까."
떳떳하지마! 그리고 나한테 죄 지은게 있지 않았나?
"너도 그렇게 당당히 바람 피고 다닌 주제에 말이 많아. 그리고 어차피 인간들이란 못 믿는 족속들이거든. 말하는 고양이면 모를까 인간이 된 고양이 따위 믿어 줄 리 없잖아?"
어깨를 으쓱거리는 폼이 정말 얄밉다. 게다가 왠지 하는 말마다 옳은 말이야!
"이제 사람이 되었겠다. 주인씨가 원하는 걸 해 줄수도 있는데. 흠, 내 몸을 원해?"
뿜었다. 아니 아무것도 먹고 있던 중은 아니었지만, 정신적으로 뿜었다는 이야기다. 나는 가슴 빵빵한 누님 스타일을 좋아하지 동생가은 어린아이를 탐하진 않는 사람아더. 그리고 무엇보다 마리안느는 어떤 모습을 해도 결국 고양이다. 생리학적으로 뭔가 문제가 있는 것 아니야?
"뭘 진지하게 생각하긴. 취향이야 차차 맞춰나가면 되는 거야. 산다는 건 서로에게 길들여지는 일이지. 흠, 밤일은 익숙한가?"
아니 그런 달관한 표정으로 그런 거 묻지마. 정말 기분나쁜 녀석이 되어버리고 말았어. 게다가 왠지 대사도 멋져. 하지만 나는 유아취향이 아니거든요. 지금까지 24년동안 쭉 유지해 왔던 취향이 하루아침에 바귈 수는 없으니까.
"수련하는 동자승처럼 굴긴. 음, 이래도?"
마리안느는 그렇게 말하고는, 어디서 난지 모를 풍덩한 티셔츠의 목을 잡고 어깨쪽으로 끌어내리기 시작했다. 그 모습은 정말 귀여울 뻔했다. 그 나태한 눈매만 빼면 말이다.
"쳇. 재미없어."
뭐야! 주인이 니 장난감으로 보이냐!
"모든 고양이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
아, 얄밉다.
"자자, 온 김에 인터넷에 검색좀 해 봐. BL이라고 치면 나올 거야."
마리안느는 어느 새 켜져있는 내 랩탑을 가리키며 말했다. 아니 언제 켜 놨어, 저건. 게다가 뭘 검색하라고? BL? 음, 어. 그래, 마리안느 네 취향이 이런 거였구나. 왠지 누나랑 친하게 지내더라니.
"틀려! 검색어가 잘못된 모양이야. 그러니까 비트로리타라고 쳐 봐."
비트, 뭐?
"나같이 동물류의 사람들이 모인 곳이다."
흠, 그건 완전히 개판이겠군. 생각만 해도 끔찍한데. 너 같은 녀석들이 우글우글하면.
"뭐 개과인 녀석들이 있긴 하지만 전부 그런 건 아니던데. 탱크를 타고 다니는 녀석이 있다. 구미호가 있는 것 같기도 하고."
탱크라고? 아니 어떻게 하면 탱크를 타고 다니지? 그건 진짜로 개판이잖아. 왠지 검색하면 안 될 것 같다. 그런데 구미호라. 차라리 고양이보다는 구미호 쪽이 더 나았을지도. 아니 구미호가 분양한다고 덜컥 들어오는 건 아니지.
"주인씨 취향의 그런 건 없으니까 기대하진 말고. 그리고 비교하는 건 서로간에 하지 말아야 할 기본 예의야. 특히 우리 같은 사이에는."
우리 사이가 어떤 사인데!
"그렇고 그런 사이지."
아니 그게 뭐냐고요. 도대체가. 그나저나 구미호에 탱크를 몰고 다니는 녀석이라면 아무래도 마리안느가 좀 밀리지 않을까? 마리안느는 말 할줄 알고-상당히 잘 하고- 인간으로 변한 거 하나밖에 없지 않나.
"무시하지마. 고양이는 무적이야. 고양이는 원래 위아래가 없거든. 아니, 아래는 있구나. 위가 없어."
그게 고양이 입장에서 할 소리냐!
"원래 만물중에 마력이 가장 강한 생물은 고양이야. 마녀들이 왜 고양이를 한 마리씩 데리고 다니는지 이유를 생각해 봤어? 왜 남을 저주할때 우리들의 시체를 쓰는지 생각을 해 보란 말이야. 네 머리는 그 의자에 통 붙을 줄 모르는 엉덩이를 누르기 위해서 만들어진게 아니잖아? 고양이는 맘에 드는 사람에게는 행운을 가져다주지만, 원한을 사면 세상 가장 강력한 저주를 내리는 동물이라고. 난 이미 경지에 이르렀으니까, 행운이나 불운같은 건 손쉽게 조절 할 수 있지."
내가 도대체 이 고양이한테 무슨 원한을 사서 이렇게 되었을까. 그리고 그 경지라는게 2년만에 만들어 질 수 있는 거였냐!
"여자가 한을 품으면 한여름에 탄저병을 날리기 마련이지. 바람 핀 것만으로도 벌써 몇만번은 죽이고도 남았어, 주인씨. 그리고 누차 말하지만 난 천재라니까."
몇만번이나냐! 그리고 기분 나뻐!
"그나저나 지금 만나러 가 볼 생각있데, 주인으로써 이끌어줄 생각은 없나?"
그런 데 갔다가는 정말 정신과에 통원치료를 받아야 할 것 같다.
"불행이 있을 거다."
마리안느는 그렇게 이야기하고는 창문으로 슬쩍 사라졌다. 잠깐, 어디로 사라져! 창문 밖을 내다보자, 모퉁이에서 뚱하게 이쪽을 보고 있다 눈이 마주치고는 너머로 사라지는 녀석이 보였다.
아아, 정말이지. 저건 진짜 생화학병기 수준의 재앙이다. 그리고 저런 녀석들을 이끌고 있다는 그 주인들에게도, 깊은 애도를.
그리고, 그 후에 나는 내가 사년째 붙들고 있는 게임에서, 현금환산 십여만원짜리 아이템이 내가 잡은 몬스터에게서 떨어졌다. 그리고 그건 그 옆에서 몰이사냥을 하던 놈이 냉큼 줏어먹고는 바로 귀환아이템을 사용해 사라져버리는게 아닌가. 그리고 나는 지난 한달여간 올린 경험치를, 놈이 몰아놓은 몬스터들에 의해 사망하며 날려먹었다. 아악! 마리안느!
"나 고양이 한마리 분양받았다."
"뭐, 고양이? 왜 하필 고양인데? 너 개를 좋아하잖아."
"그게 하숙집 누나가 고양이 아니면 안 된다고 하더라고. 바로 얘야."
"오, 귀엽네. 근데 너 뭐 관리하는거 딱 질색이잖아."
"혼자 살다보니 외로워서. 이애라도 있으면 좀 나아질까 해서."
"...담배 한 대 펴라."
"얘 있잖아. 작으니까 더 해로울지도 몰라."
"그거 좋은 점도 있구만. 그런데, 암놈이야 숫놈이야?"
"음, 어……. 암놈."
"어, 왜?"
"이애라도 여자였으면 좋겠어서."
나도 울고 친구도 울고 고양이도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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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대략 이년 전 이야기였다.
할머니에게 들은 이야기인데, 고양이는 행운을 가져다준다고 누누이 이야기했다. 하지만 내가 워낙 뭔가를 기르거나 관리하는데 젬병인 데에다 정작 내가 좋아하는 것은 누린내 나는 개였기 때문에 언제나 흘려들었다. 그런데 그 이야기가 거짓은 아니었는지, 우리 마리안느를 들여놓고 나서 두 달인가 후에 드디어 대학생활 첫 애인이 생겨버린 것이었다.
정말 소위 말하는 킹카랄까. 외모 몸매 성격 한군데도 빠지던 것이 없던 그녀가 왜 나와 붙어있냐고 많은 사람들이 의문을 표했지만, 어쨋거나 나는 마냥 좋았다. 그녀는 식사보다 비싼 커피를 요구하지도 않았고 명품을 요구하지도 않았다. 정말이지 좋은 여자였다. 그래, 였다.
딱 일년 전, 그 일이 있기 전 까지는.
그러니까, 우리집 고양이가, 말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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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달콤한 데이트를 마치고 하숙집으로 돌아왔을 때였다. 일년 전 분양했을 때와 조금도 자라지 않은 우리 마리안느를 들고, 하숙집 누나가 도르르 달려오는 것이었다. 그리고 내게 이야기하기를,
"와와와, 얘, 봐. 얘, 말 해!"
뭐라구요? 뭐가 말을 해요? 손에 들린 건 우리 마리안느 밖에 없는데요. 왜 안 자라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맛난 거 많이 먹고 자라는 우리 마리안느잖아요.
"그러니까, 마리안느가 말을 해! 그것도 되게 잘해."
나는 누나에게 좋은 정신과 병원을 소개해줘야 하나 말아야 하나를 심각하게 고민했다. 평소 BL이니 뭐니 망측하게 남자들끼리 엉켜있는 포스터로 방을 도배해 놓는 것을 보고는 상태가 그리 좋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는데, 이제 봐서 보니 퍽 심각한 모양이다. 그런데 정신과 병원을 아는 데가 있어야지. 그거 나처럼 평범한 사람은 웬만해서는 알기 힘들잖아.
"완전히 동정하는 눈초리로구만. 그러니까 네가 사람이 못 되는 거야."
또랑또랑한 여자아이의 목소리. 순간 내 귀를 의심했다. 어, 누구야?
"보고 또 듣고도 못 믿는 건 조심스러운 게 아니라 그냥 멍청이다. 조금은 대담해져보는 게 어때, 주인님씨."
우와아! 고양이가 말을 했어! 그것도 내 고양이가! 나는 어떻게 했는지도 모르고 누나의 손에서 내 마리안느를 낚아챘다. 그리고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 새 내 방문을 걸어잠그고 고양이와 맞대면을 하고 있었다.
"너, 너 말이지. 정말 말을 하는거야?"
내가 고양이의 표정을 잘 모르겠지만, 그것 어이없다는 표정이었다.
"남자놈들이란, 새 여자 생기면 조강지처는 옷 벗어 던지듯이 내팽개쳐버린단 말야. 너 말이야, 그러면 안 되지."
"너, 말이지……"
"기가 막히다는 표정이네. 뭐, 그래. 처음에는 이름까지 지어주고 애지중지하더니, 여자 생기고 나서 바로 저 얼빵한 집주인 딸한테 덜렁 맡겨 버리고는. 맞아, 이름 되게 맘에 안 들어. 마리안느가 뭐야, 도데체 마리안느가. 이름을 뒷구멍으로 지은 것도 아니고 센스가 그것밖에 안 돼? 평생 마리안느라는 이름 달고 살아야 할 고양이 입장은 생각해 보는거야? 마리 앙뚜아네뜨 걔 이름이잖아! 왜 빵 없으면 과자라도 던져 줄까?"
고양이 똑똑해! 아니 그 문제가 아니라, 이녀석 굉장히 기분나뻐! 입도 더러워! 지금이라도 이름을 바꾸면 되잖아! 아니, 내가 바꿔줄께. 어떤 이름이 낫니. 줄리앙? 프랑소와? 에르네티?
"다 틀렸어! 게다가 줄리앙은 이미 여자 이름도 아니잖아. 하아. 그리고 말이지, 이름이란 그렇게 간단히 바꿀 수 있는게 아냐. 이름은 곧 삶을 결정짓고, 세상의 규정되는 힘이지. 그런걸 맘에 안 든다고 덜렁 바꿔버릴 수는 없는 거야. 뭐 딱히 니가 지어준 이름이라서 바꾸기 싫다는 건 아니니까 오해하지 마."
왠지 철학적인 말을 하고 있어! 하아, 분명히 말하지만 마리안느는 타 고양이와는 달리 내가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사근사근히 말 잘 듣고 싫어하는 사람에게는 날카로운 어여쁜 녀석이었다. 게다가 말도 잘 알아듣고, 눈치 봐가면서 장난치는 모습은 그야말로 귀여움의 극치였다. 물론 애인이 생긴 후로 소홀했던 건 인정하지만.
"그거야 주인한테 잘 보여야 얹혀사는 처지에 미움 안 받을 거 아냐. 고양이를 무시하지마. 모든 고양이는 그 정도는 해. 뭐 그렇게 노력했는데도 이제는 완전히 버려져버린 신세지만. 아, 내 신세야. 인생, 아니 묘생 몇년이나 살았다고 청상과부 신세람. 아, 신세라는 단어가 매울 신(辛)자에 세상 세(世)자 쓰는 건 알지? 그래도 글쓴다고 대학다니는 것 같더만."
몰랐어! 아니 그 문제가 아니라, 똑똑해! 아니 아까 한 말이고, 정말 기분나뻐. 그런데, 지금까지 비위 잘 맞추던 녀석이 말좀 한다고 이렇게 바로 본색을 드러내도 되는 거야?
"그야 니가 말 하는 고양이를, 게다가 양심에 찔리는 상황에서 내다버릴 위인은 못 되니까. 사실 이 때만 기다리고 있었지."
나를 너무 잘 알어! 아니 그 문제가 아니라, 그래. 침착하자. 이건 이 상황의 문제가 아니라, 내가 꿈을 꾸는 건 아니지. 흠, 그러니까 고양이가 믈알 한다는 시츄에이션이 잘못된 거다. 난 여기에 납득할만한 이유를 듣지 않으면 안 되겠어.
"듣지 않으면 어떻할건데? 어차피 버리지도 못 할 거 아냐. 사내가 그정도 배포가 없어서야 쫌팽이일 뿐이지. 어쩌다 이런 남자에 홀려가지고는, 하아. 알아듣게 설명해줄께. 사람도 잘 늙으면 말이지, 날씨를 맞추는 등 신통력을 얻게 된단 말이야. 그러니까 시간에는 힘이 있단 말이지. 살아있는 것이 시간을 견디다 보면 무엇인가를 깨닫게 되는 거라고."
아니, 할아버지가 날씨 맞추는 건 좀 틀리지 않나? 아니, 너 한살이잖아!
"사람도 보면 몇억명에 한 명 꼴로 천재가 나오기 마련이잖아? 고양이라고 안 나오란 법 없지."
아, 납득해 버렸다. 그런데 대놓고 자기더러 천재라니. 역시 기분 나뻐.
그 때였다. 내 핸드폰이 울린 것은. 액정에 뜬 [우리 자기♡] 를 보고 밝은 목소리로 막 인사를 하려는 때였다. 마린안느가 거치렉 튀어오르더니 내 손을 후려치는 게 아니겠는가. 폰을 떨어뜨리고 이게 무슨 짓이냐고 소리치려는데, 녀석은 핸드폰에 머리를 디밀고 있었다. 갑자기 오한히 들었다. 말릴 새도 없이 고양이는 말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오라, 니가 내 남자 채간 그 여자구나. 나는 이미 그이와 먼 장래를 약속한 사이야. 괜히 눈물 떨구고 싶지 않으면 중간에서 조용히 사라져 주지 않을래?"
안돼! 나는 급히 폰을 잡아챘다. 어 뭐라고 하지?
-저기, 누, 누구시죠?
"아니, 자기야. 우리 하숙집 누난데, 장난친거야. 하하, 장난이 좀 짓굳네. 아하하."
-장난? 그런 장난은……
마리안느는 이젠 틀렸어, 하는 표정으로 날 바라보며 고개를 젓고 있었다. 되게 약오르네! 아니,내가 어떻게 고양이 표정을 알아맞추고 있담.
"아하하, 누나가 좀 그래. 이해좀 해 주라, 응?"
-그래도 그건 아니지. 나 정말 화 나려고 하거든? 그 사람 전화좀 바꿔봐.
화났다. 큰일났다. 그녀는 한번 화나면 무서울 것이 없는 사람이었다.
"아하하, 저기 니가 좀 참으면……"
-그걸 말이라고 해! 빨리 바꿔. 나 장난할 기분 아니야.
"어, 저기……."
나는 간절히 마리안느를 바라보았다. 제발. 응? 한번만 봐 줘. 그 고양이 통조림 잔뜩 사 줄테니까. 마리안느는 어서 달라는 듯이 앞발을 들어 흔들었다. 나는 떨리는 손으로 폰을 그 앞에 내려놓았다. 마리안느가 말했다.
"이봐요. 나는 그이랑 이미 같이 살고 있는 사이에요. 더 이야기할 것 없고, 불장난은 여기까지만 해요."
아악! 나는 핸드폰을 다시 낚궈챘다.
"저기, 그러니까……"
-됐어. 난, 무슨말을 해야 할 지 모르겠다. 솔직히 말해, 그 여자 누구야?
저, 우리집 고양인데요.
-너, 너……. 이젠 끝이야!
뚝. 통화가 끊어졌다. 그리고 내 정신줄도 같이 동강나버린 것 같은 기분이다. 하얗게 불태웠어. 아. 그렇게 좌절하고 있다니, 고양이가 내 등을 툭툭 두드린다.
"바람 핀 건 고양이의 아량으로 너그러히 용서해줄께. 걱정 마, 내가 다 책임져 줄 테니까."
아니, 고양이한테 책임져지는 남자는 되지 싫걸랑요. 정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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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저번 일년 전 이야기었다. 뭐 그 후로 애인이랑은 파탄이 나고 나는 학부 내에서 완전 죽일놈이 되었다. 난 거기서 놀랄 것은 다 놀랐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닌 모양이었다. 그래서 오늘 하숙집에 돌아왔더니, 전과 같은 패턴으로 누나가 도르르 달려오더라. 이르고 달뜬 목소리로 말하기를,
"와와와, 얘 봐. 얘가, 글쎄. 마리안느야!"
나는 누나의 손을 잡고 있는 꼬마 여자애를 바라보았다. 무지하게 귀엽다! 탐스럽게 웨이브진 밤색 단발머리의 여자아이. 머리에는 고양이 귀 같은게 달려 있다. 악세사린가? 중학생 정도 되었을까? 큼직한 눈이 나이답지 않게 달관한 모양새다. 마치 굉장히 따분한 표정. 그러니까 마리안느가 평상시에 짓는 표정이다. 뭐? 밤색 고양이, 마리안느!
"으아아아!"
나는 마리안느의 손을 잡아채 날듯이 방으로 돌아와 문을 쾅 닫았다. 문을 단단히 걸어잠그고 나서, 나는 재쳐 물었다. 뭐가 어떻게 된 노릇이야, 이게? 그리고 보통 이럴 때는 남들에게 숨기는 게 보통 아니야?
"죄 지은 게 없는데 숨길 필요가 뭐 있어. 적어도 나는 떳떳하니까."
떳떳하지마! 그리고 나한테 죄 지은게 있지 않았나?
"너도 그렇게 당당히 바람 피고 다닌 주제에 말이 많아. 그리고 어차피 인간들이란 못 믿는 족속들이거든. 말하는 고양이면 모를까 인간이 된 고양이 따위 믿어 줄 리 없잖아?"
어깨를 으쓱거리는 폼이 정말 얄밉다. 게다가 왠지 하는 말마다 옳은 말이야!
"이제 사람이 되었겠다. 주인씨가 원하는 걸 해 줄수도 있는데. 흠, 내 몸을 원해?"
뿜었다. 아니 아무것도 먹고 있던 중은 아니었지만, 정신적으로 뿜었다는 이야기다. 나는 가슴 빵빵한 누님 스타일을 좋아하지 동생가은 어린아이를 탐하진 않는 사람아더. 그리고 무엇보다 마리안느는 어떤 모습을 해도 결국 고양이다. 생리학적으로 뭔가 문제가 있는 것 아니야?
"뭘 진지하게 생각하긴. 취향이야 차차 맞춰나가면 되는 거야. 산다는 건 서로에게 길들여지는 일이지. 흠, 밤일은 익숙한가?"
아니 그런 달관한 표정으로 그런 거 묻지마. 정말 기분나쁜 녀석이 되어버리고 말았어. 게다가 왠지 대사도 멋져. 하지만 나는 유아취향이 아니거든요. 지금까지 24년동안 쭉 유지해 왔던 취향이 하루아침에 바귈 수는 없으니까.
"수련하는 동자승처럼 굴긴. 음, 이래도?"
마리안느는 그렇게 말하고는, 어디서 난지 모를 풍덩한 티셔츠의 목을 잡고 어깨쪽으로 끌어내리기 시작했다. 그 모습은 정말 귀여울 뻔했다. 그 나태한 눈매만 빼면 말이다.
"쳇. 재미없어."
뭐야! 주인이 니 장난감으로 보이냐!
"모든 고양이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
아, 얄밉다.
"자자, 온 김에 인터넷에 검색좀 해 봐. BL이라고 치면 나올 거야."
마리안느는 어느 새 켜져있는 내 랩탑을 가리키며 말했다. 아니 언제 켜 놨어, 저건. 게다가 뭘 검색하라고? BL? 음, 어. 그래, 마리안느 네 취향이 이런 거였구나. 왠지 누나랑 친하게 지내더라니.
"틀려! 검색어가 잘못된 모양이야. 그러니까 비트로리타라고 쳐 봐."
비트, 뭐?
"나같이 동물류의 사람들이 모인 곳이다."
흠, 그건 완전히 개판이겠군. 생각만 해도 끔찍한데. 너 같은 녀석들이 우글우글하면.
"뭐 개과인 녀석들이 있긴 하지만 전부 그런 건 아니던데. 탱크를 타고 다니는 녀석이 있다. 구미호가 있는 것 같기도 하고."
탱크라고? 아니 어떻게 하면 탱크를 타고 다니지? 그건 진짜로 개판이잖아. 왠지 검색하면 안 될 것 같다. 그런데 구미호라. 차라리 고양이보다는 구미호 쪽이 더 나았을지도. 아니 구미호가 분양한다고 덜컥 들어오는 건 아니지.
"주인씨 취향의 그런 건 없으니까 기대하진 말고. 그리고 비교하는 건 서로간에 하지 말아야 할 기본 예의야. 특히 우리 같은 사이에는."
우리 사이가 어떤 사인데!
"그렇고 그런 사이지."
아니 그게 뭐냐고요. 도대체가. 그나저나 구미호에 탱크를 몰고 다니는 녀석이라면 아무래도 마리안느가 좀 밀리지 않을까? 마리안느는 말 할줄 알고-상당히 잘 하고- 인간으로 변한 거 하나밖에 없지 않나.
"무시하지마. 고양이는 무적이야. 고양이는 원래 위아래가 없거든. 아니, 아래는 있구나. 위가 없어."
그게 고양이 입장에서 할 소리냐!
"원래 만물중에 마력이 가장 강한 생물은 고양이야. 마녀들이 왜 고양이를 한 마리씩 데리고 다니는지 이유를 생각해 봤어? 왜 남을 저주할때 우리들의 시체를 쓰는지 생각을 해 보란 말이야. 네 머리는 그 의자에 통 붙을 줄 모르는 엉덩이를 누르기 위해서 만들어진게 아니잖아? 고양이는 맘에 드는 사람에게는 행운을 가져다주지만, 원한을 사면 세상 가장 강력한 저주를 내리는 동물이라고. 난 이미 경지에 이르렀으니까, 행운이나 불운같은 건 손쉽게 조절 할 수 있지."
내가 도대체 이 고양이한테 무슨 원한을 사서 이렇게 되었을까. 그리고 그 경지라는게 2년만에 만들어 질 수 있는 거였냐!
"여자가 한을 품으면 한여름에 탄저병을 날리기 마련이지. 바람 핀 것만으로도 벌써 몇만번은 죽이고도 남았어, 주인씨. 그리고 누차 말하지만 난 천재라니까."
몇만번이나냐! 그리고 기분 나뻐!
"그나저나 지금 만나러 가 볼 생각있데, 주인으로써 이끌어줄 생각은 없나?"
그런 데 갔다가는 정말 정신과에 통원치료를 받아야 할 것 같다.
"불행이 있을 거다."
마리안느는 그렇게 이야기하고는 창문으로 슬쩍 사라졌다. 잠깐, 어디로 사라져! 창문 밖을 내다보자, 모퉁이에서 뚱하게 이쪽을 보고 있다 눈이 마주치고는 너머로 사라지는 녀석이 보였다.
아아, 정말이지. 저건 진짜 생화학병기 수준의 재앙이다. 그리고 저런 녀석들을 이끌고 있다는 그 주인들에게도, 깊은 애도를.
그리고, 그 후에 나는 내가 사년째 붙들고 있는 게임에서, 현금환산 십여만원짜리 아이템이 내가 잡은 몬스터에게서 떨어졌다. 그리고 그건 그 옆에서 몰이사냥을 하던 놈이 냉큼 줏어먹고는 바로 귀환아이템을 사용해 사라져버리는게 아닌가. 그리고 나는 지난 한달여간 올린 경험치를, 놈이 몰아놓은 몬스터들에 의해 사망하며 날려먹었다. 아악! 마리안느!
# by | 2008/06/30 01:32 | 비트로리타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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